[한경에세이] 분쟁해결과 제3자의 역할

입력 2020-05-21 18:03   수정 2020-05-22 00:03

남과 부딪치며 살다 보면 분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개개인은 어떻게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고, 안정된 삶으로 돌아갈 것이냐는 숙제를 받게 된다. 물론 상대방과의 교섭과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인지라 대부분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분쟁해결을 시도한다.

제3자를 통한 분쟁해결은 조정, 중재 또는 소송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조정인, 중재인 또는 판사의 도움과 판단이 필요하게 되고, 어떤 절차에서든 분쟁해결이라는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이 중요하다. 특별히 그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 제3자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적절히 경청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세상살이의 다양한 양상만큼 분쟁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분쟁도 상당히 많다. 제3자로서는 때로는 당사자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냉정한 관전자가 돼 당사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기도 한다.

분쟁 당사자는 제3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뒤에야 마음을 열고 제3자의 의견과 조언을 받아들인다. 때로는 당사자의 이야기 중 어느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이나 상식적인 판단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서거나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제3자는 분쟁 당사자 각각이 분쟁 대상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한 후 그 차이점을 당사자 모두에게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당사자 각자는 상대방이 어떻게 분쟁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알게 되고, 분쟁 자체에 대한 공동 인식과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결국 그들을 돕기 위해 제3자가 제시하는 합의 방안이나 최종결론에 대한 승복 확률도 높아진다.

제3자 입장에선 당사자의 요령부득인 주장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때로는 힘겹게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직업적인 경험치가 쌓임에 따라 어느 정도 숙련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객관적인 의견 대립을 넘어 감정 다툼으로 치달은 사건들은 논점을 벗어나 당사자들의 해묵은 감정 정리를 위해 불필요하게 긴 시간을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이해 당사자를 만족스러운 분쟁해결로 이끌기 위한 제3자의 노력이라 생각하며, 인간 본성을 잘 이해하는 법률서비스 종사자로서의 지성과 감성을 최대한 활용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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